'작은 행복'
화면을 꽉 메운
서양화와 달리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동양화는
풍경과 동물 또는 인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구도에서
여백을 두어
안정감을 주면서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흐르는 물이나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나
가벼운 날개짓을 하는 새들이나
얽히고설키지도
서로 부딛치지도 않을
적절한 간격을 두면서
한가로이 제 삶을 누리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여백과 공간이 주는 너그러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농원을 오르내리며 아침마다 위양지를
살펴봅니다.
출사를 나오셨는지
방문객이 얼마나 오셨는지
쓰레기 수거함이 찼는지
물결이 잔잔한지
볕이 잘 들었는지...
오늘 아침엔 아주 고요하여
푸르른 하늘에 깃든 비단같이 얇은 흰구름을
위양지가 가득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다소 차가웠는데 벌써부터 단골이신
두 분께서는 즐거하시는 자리를 잡으셨고
어김없이 좌에서 우측으로 도는 둘레길을 따라
이곳 저곳 표면과 나무의 어우러짐을 살피며 걸음을 옮깁니다.
거의 매일같이 가는 곳인데도
하늘과 빛과 바람이 공을 들여
만들어내는 조화는 형형색색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것들이어서
사계절 전국에서 제일로 손꼽힌다는 말씀을 주시며
오시는 작가분들의 말을 조금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조예가 없는 우리들이야
모양 좋고 선명하면 그저 좋은 것으로 여기게 마련일테지만
작가분들의 눈에는 빛을 참으로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러하였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이런 순간에
맑고 푸른 하늘이 내려다보면
물은 큰 보자기를 펴 하늘을 담는 듯
하늘이 고스란히 수면 위에 내려앉는
그런 장면이었던 것입니다.
하늘이나 수면이나 구분없이 완연한
일체를 이루는...
혹 발길질의 진동으로
그 절묘한 순간에 흠집이라도 낼까하여 까치발로 걷는 심정으로
보물을 만난 듯 기쁜 표정을 하고
걸음을 옮깁니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순간들을 담을 수 있었고
절반가량 돌았을 때
이미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는 듯
오리가 기어나오고 바람이 표면을 긁기 시작하였습니다.
돌고 돌고 또 돌아보아도
늘 새로운 장면들이 보이고
새로운 형상을 한 나무들이 보입니다.
사랑의 약속을 지켜주는 일명 사랑나무는
여러 곳에서
친근감을 드러내며 입맞춤을 하거나
또 서로 포옹을 하기도 하며
붉은빛 소나무가 연출하는 하트 모양까지
참으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좋아요'를 나타내는 손가락질
OK 형상 나무를 만났습니다.
완재정을 향하는 입구를 중심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사랑이 성사되고
아니면 이별을 암시한다는 것과
남성이 앞서면 순탄한 사랑을,
여성이 앞서면 힘든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위양지,
관광객 유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선 극단 메들리의 자선 공연으로
이팝나무가 꽃을 피우는
매년 오월이면 방문객들로 넘쳐나지만
관광객을 위한 해설사 배치나
지역농특산물 홍보 및 시음,
인접 관광지 안내 등
지자체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으며
수많은 형상들의 갖가지 사랑나무가 있으나
스토리화 할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관계당국은
인기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이기도 한
특장점을 살려
관광객 유입을 위한 이벤트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한데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한 잡목 정리와 소나무 재선충 확산 방지 등에는
최근들어 주사처방목이라 표식이 붙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그간 곳곳에 아름드리 고사되고만 빈 자리는
없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그간의 온정을 깨우쳐 주는 듯
참으로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크게 변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곳곳에 이팝나무 묘목을 심고
해바라기를 심었듯이,
곳곳에 벤치를 두었듯이
주변을 정리하고
전방 제방에 있는 자연스런 산책로를
좀 더 손봐서
숲과 물이 빛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경이로움을
오시는 한분 한분의 마음에 깃들게 하여
작은 행복과 소망과 사랑의 염원
담아가시도록 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램일 뿐입니다.
위양지는 말없이 보여줍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얽히고설키고
서로 부딪치게 된다고...
적절한 간격을 두면서도
관심과 배려에 소홀함이 없는 게
우정이라고...